시장에 가야 인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시장(Market)을 일정에 포함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왜냐하면 시장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 문화, 감정, 소비, 그리고 전통까지 오롯이 담긴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유적지나 사원에서는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인도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입니다.
인도의 시장은 각 도시마다 특색이 강하고, 판매하는 물건과 분위기도 현저하게 다릅니다.
같은 향신료라도 도시마다 색이 다르고, 같은 사리라도 지역별 자수나 원단이 다르며, 거리의 냄새, 소리, 색채마저도 도시별로 완전히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도의 대표적인 세 도시 – 델리, 자이푸르, 바라나시의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만난 다양한 체험과 꿀팁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1. 델리 – 혼란 속 질서가 살아 있는 찬드니 초크 시장
인도의 수도 델리에 위치한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는 그야말로 인도 시장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시장은 좁은 골목, 수레, 오토릭샤, 소리 지르는 상인들, 향신료 냄새, 종교 음악이 얽히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매력을 뽐냅니다.
이곳에서는 실크, 금장 장신구, 길거리 음식, 향신료, 종교용품, 전통 의상 등 없는 게 없습니다.
특히 파라타 골리(Paranthe Wali Gali)에서는 인도식 전병 파라타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어, 현지 식사를 체험하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혼잡함 때문에 처음엔 압도될 수 있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인도인의 삶의 역동성과 상인들의 유쾌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물건을 구입할 땐 기본적으로 흥정이 필수이며, 지갑과 소지품은 항상 몸에 가까이 두는 것이 좋습니다.
2. 자이푸르 – 핑크 시티의 화려함이 묻어나는 바푸 바자르
라자스탄 주의 수도 자이푸르는 ‘핑크 시티’라는 별명처럼 도심 건축이 분홍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그 중심에는 전통 직물, 보석, 도자기, 수공예품이 가득한 바푸 바자르(Bapu Bazaar)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이푸르 시장에서는 특히 블록 프린트 원단과 핸드메이드 사리, 라자스탄 전통 슬리퍼(모자리), 라크 팔찌 등이 유명합니다.
길게 이어진 노점마다 색색의 천이 바람에 나부끼고, 수공예 장신구가 반짝이며 관광객과 현지인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자이푸르 시장의 좋은 점은 비교적 정돈되어 있고, 초보 여행자도 접근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인들도 상대적으로 친절한 편이며,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하는 곳이 많아 의사소통도 수월합니다.
3. 바라나시 – 영혼과 시장이 함께 흐르는 도시
갠지스 강과 힌두교 순례의 도시로 유명한 바라나시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영적인 기운이 짙게 깔린 곳입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시장 또한 그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시장은 비슈와나트 거리(Vishwanath Gali)와 고돌리아 거리(Godowlia Road) 일대입니다.
이곳에서는 갠지스 강에서 쓰이는 푸자 용품과 향, 꽃, 기도 도구부터 전통 의상, 실크 스카프, 티베트식 불교 소품, 손으로 그린 벽화와 그림까지 다양한 문화적 아이템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바라나시 실크는 인도 내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며, 혼수품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거리 곳곳에는 향 냄새가 피어오르고, 사두(힌두교 수도자)의 찬트 소리와 리시케시 음악이 함께 들려오며, 시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신성한 예식을 치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바라나시에서는 쇼핑보다는 ‘그 속에 머무는 경험’이 더 큰 가치를 주는 시장입니다.
인도 시장을 즐기는 실용 꿀팁
1. 흥정은 기본, 하지만 예의 있게
인도 시장에서는 가격표가 없거나 일부러 높게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흥정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억지스러운 흥정보다는 웃으며 부드럽게 협상하는 것이 좋은 인상을 주고, 흥정 성공률도 높입니다.
2. 캐시(현금)는 꼭 준비
대형 상점 외에는 대부분 현금 거래가 일반적입니다.
특히 10루피, 20루피, 50루피 등의 소액권을 넉넉히 준비해 두는 것이 편리합니다.
환전은 공항보다는 현지 ATM이나 인증된 환전소 이용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3. 언어는 간단한 힌디어 몇 마디만 외워도 유용
가격 묻기, 인사, 거절 표현 등 간단한 힌디어(예: 키트나 하이? = 얼마예요?)를 외워두면 상인과 더 즐겁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4. 시장 탐방은 아침보다 저녁이 활기차다
인도 시장은 해가 지고 나서 더 붐빕니다.
해가 질 무렵부터 저녁 9시 사이에 가장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 시간대를 잘 조절해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도 시장에서 배우는 ‘삶의 진짜 얼굴’
인도 여행 중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모이고, 거래하고, 웃고,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무대입니다.
수많은 색채와 소리, 냄새, 손길 속에서 우리는 인도라는 나라가 단순히 관광지만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각 도시의 시장은 그 도시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델리의 질서 없는 에너지, 자이푸르의 전통과 우아함, 바라나시의 영혼을 담은 침묵. 이 세 시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인도의 다층적인 문화와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인도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유명 관광지를 지나쳐서라도 시장 한 켠을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진짜 인도가, 진짜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그곳에 있습니다.